AI가 발명을 ‘했다’고 볼 수 있는가, 그리고 그렇게 본다면 AI를 특허 명세서의 발명자로 적을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더 이상 사변이 아닙니다. 미국 발명가 스티븐 테일러(Stephen Thaler) 박사가 만든 AI DABUS(Device for the Autonomous Bootstrapping of Unified Sentience)를 단독 발명자로 적은 PCT 출원을 16개국에 진입시키면서, 각국 특허청·법원이 줄줄이 답을 내놓아야 했습니다.
한국은 특허청 보도자료에서 정리한 대로 KIPO 거절 → 서울행정법원 → 서울고등법원으로 이어지는 두 단계 사법 심사를 거쳐 ‘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을 굳혔고, 사건은 현재 대법원 상고심에 올라 있습니다. 이 글은 DABUS 사건의 한국·해외 처분을 한 화면에서 비교한 뒤, 한국 출원 실무에서 AI 보조 발명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DABUS 프로젝트 — 두 발명과 16개국 출원
DABUS는 두 건의 발명을 ‘자율적으로 생성했다’고 주장된 AI 시스템입니다. 첫 번째는 프랙탈 기하학을 적용한 식품 용기(빠른 가열을 가능하게 함), 두 번째는 응급 상황에서 주의를 끄는 점멸 비콘 장치입니다. 테일러 박사는 자신을 출원인으로, DABUS를 단독 발명자로 적은 PCT 출원을 한국·미국·EPO·영국·호주·남아공·일본·독일·뉴질랜드·대만·인도·이스라엘 등 16개국에 진입시켰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쟁점은 ‘AI를 발명자로 표시할 수 있는가’입니다. 발명의 기술적 신규성은 별개로, 출원서 발명자란에 자연인이 아닌 비인격적 시스템을 적을 수 있는지를 다투는 형식 쟁점이었기 때문에, 각국 특허청은 본안 심사 이전 단계에서 결론을 내렸고, 그 결과가 절차적·법리적 비교의 좋은 표본이 됐습니다.
한국 동향 — 1심·2심 동일 결론
한국 특허청은 ‘발명자는 자연인’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했고, DABUS 출원에 대해 발명자 표시 흠결을 이유로 거절(무효처분)을 내렸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3년 6월 30일 KIPO 처분을 적법하다고 판단했고, 서울고등법원은 2024년 5월 16일 1심을 그대로 유지하는 항소심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이 든 핵심 근거는 특허법 제33조 제1항입니다. ‘발명을 한 사람 또는 그 승계인은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조문이 ‘사람’ 즉 자연인을 전제한다는 해석입니다. 출원인은 법인이 될 수 있어도, 발명자는 자연인에 한정된다는 것이 한국 실무의 일관된 이해이며, 행정·고등법원이 이를 명문화한 셈입니다.
특허법은 발명을 한 ‘사람’ 또는 그 승계인에게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AI는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발명자가 될 수 없다.
서울고등법원 2024년 5월 16일 판결 취지(특허청 보도자료 인용)
대법원 상고 진행 중
테일러 측은 2024년 6월 18일 대법원에 상고하여 사건이 상고심에 계속 중입니다. 그러나 1심·2심에서 이미 ‘자연인 한정’ 원칙이 명확히 확인됐고, 미국·영국·EPO 등 주요국이 같은 결론을 내려 둔 상황이라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실무상 크지 않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주요국 처분 한눈에 비교
각국이 같은 PCT 출원을 받아 처리한 결과를 비교해 보면, 본안 심사를 갖춘 대다수 국가에서 ‘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결론으로 수렴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외로 거론되는 남아공은 실체심사 절차가 없는 등록제도이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발명자란을 그대로 둔 채 등록이 진행된 사례입니다.
| 관할 | 결론 | 결정 기관·시점 |
|---|---|---|
| 한국 | AI 발명자 불인정 | 서울고등법원 2024-05-16 (대법원 상고심 진행) |
| 미국 | AI 발명자 불인정 | 연방순회항소법원 2022-08-05 Thaler 판결 |
| EPO | AI 발명자 불인정 | EPO 심판부 2021-12-21 |
| 영국 | AI 발명자 불인정 | 영국 대법원 (DABUS 최종 판단) |
| 호주 | AI 발명자 불인정 | 고등법원 2022-11-11 상고 불허 |
| 남아공 | 발명자란 그대로 등록 | CIPC 2021 (실체심사 없음) |
미국 — 자연인 발명자 원칙
USPTO는 35 U.S.C. §§ 100·115의 ‘individual’ 표현을 자연인으로 해석해 DABUS 출원을 거절했습니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2022년 8월 Thaler v. Vidal 판결로 USPTO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이후 USPTO는 2024년 AI 발명 가이드를 통해 ‘자연인이 발명에 ‘유의미한 기여(significant contribution)’를 했는지’를 발명자 표시 적법성의 핵심 기준으로 재확인했습니다. 즉 미국에서도 AI 단독 발명자는 안 되고, 자연인이 어디까지 기여했는지를 사안별로 따집니다.
EPO·UK — 동일한 자연인 한정
EPO는 2020년 1월 DABUS 출원을 거절했고, 2021년 12월 심판부가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EPC 81조·플젠81조에 따라 출원서에는 자연인 발명자의 성명·주소 기재가 필수이며, AI 시스템은 이를 충족하지 못합니다. 영국도 EWHC·EWCA·대법원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결론을 내렸으며, 미국·EU·영국·한국이 사실상 같은 자연인 한정 원칙을 공유합니다.
호주의 반전과 회귀
호주는 한때 1심에서 ‘DABUS도 발명자가 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화제가 됐지만, Full Federal Court가 이를 뒤집었고 2022년 11월 11일 고등법원(High Court)은 상고를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호주에서도 ‘발명자는 자연인’이라는 결론이 확정됐습니다. 짧은 ‘예외’가 결국 주류 입장으로 회귀한 사례입니다.
남아공의 예외 — 절차 차이
남아공의 CIPC는 2021년 DABUS를 발명자로 적은 출원을 등록했습니다. 다만 이는 ‘남아공 법이 AI 발명자를 명시적으로 인정했다’가 아니라, 남아공 특허법이 발명자를 정의하지 않고 실체심사 절차도 두지 않는 등록제 구조에 가깝다는 점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출원이 형식 요건을 갖추면 그대로 등록되므로, 사실상의 ‘무심사 등록’과 본안 판단을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남아공이 AI 발명자를 인정했다’는 표현은 부정확
DABUS 사건이 남아공에서 등록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실체심사 부재라는 절차적 특수성 때문입니다. 한국·미국·EU·영국·호주에서는 모두 거절·기각으로 결론이 났고, 일반화된 ‘AI 발명자 인정 국가’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한국 특허법상 발명자 자격 —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 특허법은 ‘발명자’를 명시적으로 정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특허법 제33조·제42조 등 관련 조문이 ‘발명을 한 사람’으로 표기하고, 출원서·인적사항 양식이 자연인 정보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자연인 한정 해석이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습니다. 1심·2심 모두 이런 체계 해석에서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 발명을 ‘한 사람’이라는 조문 표현(특허법 제33조)
-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능력을 자연인·법인에 한정한 민법 일반 원칙
- 발명자에게 부여되는 인격적 권리(성명표시권 등)의 성격
- 출원·등록 양식이 주민등록번호·생년월일 등 자연인 정보를 전제
- 주요국 입법·판례가 자연인 한정으로 수렴한 국제적 흐름
실무 영향 — AI 보조 발명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현재 한국·주요국 실무에서 AI는 ‘도구’로 다뤄지며, 발명자란에는 그 도구를 사용해 발명을 ‘완성한 자연인’이 기재되어야 합니다. 핵심은 AI를 사용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자연인이 발명적 사상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명세서·발명자 명단에 일관되게 반영하는 것입니다. 실무 권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자연인 발명자 식별 — AI 출력에 대한 ‘유의미한 기여’를 한 자연인을 모두 발명자로 식별
- 기여 기록 보관 — 프롬프트, 데이터 선택, 결과 평가·취사선택 등 자연인의 판단·선택을 기록
- 발명자 결정 회의 — 공동발명 기준에 따라 각 자연인의 기여를 문서화
- AI 사용 사실 기재 — 출원서·명세서에 AI 도구 사용을 사실대로 표기(허위 기재 회피)
- 미국·EU 동시 출원 시 합치성 점검 — USPTO 2024 가이드의 ‘significant contribution’ 기준에 부합하도록 발명자 명단 조정
현 시점 실무 가이드
- 발명자란
- 자연인만 기재 AI 명칭 단독 기재 불가
- 출원인란
- 자연인·법인 모두 가능 변동 없음
- AI 도구 사용 표기
- 명세서·요약서에 사실대로 허위 기재 시 거절·무효 사유
- 공동 발명자 기준
- 발명적 사상에의 ‘유의미한 기여’ USPTO 2024 가이드와 정합
자주 묻는 질문
Q1. 회사가 AI를 도구로 써서 만든 발명은 누구를 발명자로 적어야 하나요?
AI를 ‘도구’로 운용해 발명을 완성한 자연인(예: 연구자·개발자)을 발명자로 적습니다. 한 사람의 단독 작업이 아니라면 공동발명 기준으로 ‘유의미한 기여’가 있는 모든 자연인을 발명자로 식별해야 합니다. 단순 자료 정리·실험 보조 수준의 기여는 일반적으로 발명자 자격을 충족하지 않습니다. 회사 명의 출원이라면 출원인란에 법인을 적되, 발명자란은 자연인 이름으로 채우는 것이 원칙입니다.
Q2. AI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명세서에 적어야 하나요?
허위 기재를 피하기 위해, AI 도구를 본질적으로 활용해 발명을 도출한 경우 그 사실을 명세서·요약서에 사실대로 적는 것이 안전합니다. AI 사용 자체가 발명을 부정하는 사유는 아니지만, 자연인이 어떤 단계에 어떤 형태로 기여했는지를 함께 서술하면 발명자 적격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미국·EU 동시 출원 시 USPTO 2024 가이드의 ‘significant contribution’ 기준을 함께 충족시키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Q3. 한국에서 AI 발명자 인정이 향후 바뀔 가능성은 있나요?
단기적으로는 어렵습니다. 현재 한국은 자연인 한정 해석을 1심·2심에서 명확히 확인했고, 미국·EU·영국·호주가 같은 결론에 모여 있어 한국이 단독으로 흐름을 뒤집을 동인이 약합니다. 다만 KIPO는 공개 의견조사와 가이드라인 정비를 진행해 왔으므로, 향후 입법적 정비 시 발명자 정의·AI 기여 표기 의무 등이 추가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자연인 한정·기여 기록 보관을 표준으로 삼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