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을 공개하기 직전이거나 투자 미팅을 앞두고 있을 때, 특허 명세서를 정식으로 작성할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때 한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임시명세서 출원, 흔히 가출원이라 부르는 절차다. 연구노트·논문·발표자료(PPT)·도면 PDF만으로도 출원일을 먼저 확보할 수 있고, 정식 명세서는 나중에 보완하면 된다.
이 제도는 2020년 3월 30일 특허법 시행규칙 제21조 제5항 개정으로 시행된 한국 특유의 제도로, 형식 자유의 명세서로 출원일을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미국 Provisional Application과 닮았지만 법적 성격은 다르다. 이 글은 임시명세서 출원의 활용 방법, 기한 관리, 함정, 그리고 미국 가출원과의 차이를 정리한다.
임시명세서 출원이란
임시명세서는 특허법 시행규칙이 정한 별지 제15호 서식을 따르지 않고, 자유로운 형식으로 발명의 설명을 기재해 제출하는 명세서를 말한다. 인정되는 파일 형식은 PDF, DOC, DOCX, PPT, PPTX, HWP, JPG, TIF이다. 즉 학술 논문, 연구노트, 사업계획서 슬라이드, 제품 사진까지 그대로 출원서 첨부서류로 쓸 수 있다.
한국의 임시명세서 출원은 미국과 달리 정규 출원의 일종이다. 별도의 "임시 출원 트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특허출원에 형식 자유의 명세서를 첨부한 형태로 진행된다. 이후 정해진 기한 내에 정식 명세서로 보완하면 임시명세서 제출일이 그대로 출원일로 인정된다.
출원일은 임시명세서 제출일
신규성·진보성 판단의 기준이 되는 출원일은 임시명세서가 KIPO에 도달한 날이다. 정식 명세서로 보완한 날이 아니다. 다만 임시명세서에 기재되지 않았던 내용은 보완 시 신규사항으로 보아 권리화에 불리해질 수 있다.
한국 임시명세서 출원 vs 정식 특허 출원
임시명세서 출원은 정규출원의 한 형태지만, 처음 출원하는 시점의 절차와 비용, 후속 의무가 정식 특허 출원과 크게 다르다. 출원일을 빠르게 잡는 게 목적인지, 바로 등록 심사를 시작하고 싶은지에 따라 선택이 갈린다.
| 항목 | 임시명세서 출원 | 정식 특허 출원 |
|---|---|---|
| 명세서 형식 | 자유 형식 (PDF·PPT·논문 등) | 별지 제15호 정식 양식 |
| 청구범위 | 없어도 출원 가능 | 출원 시점부터 필수 |
| 도면 | 자료 안에 포함되어 있으면 OK | 별도의 정식 도면 필요 |
| 출원일 인정 | 임시명세서 도달일 | 정식 명세서 제출일 |
| 후속 의무 | 1년 또는 1년 2개월 내 보완 필수 | 별도 보완 없이 심사 진행 |
| 변리사 수임료 | 정식의 약 1/3 수준 (₩89,000부터) | 통상 ₩1,500,000 이상 |
| 신규성 판단 범위 | 임시명세서 기재 범위 | 출원 명세서 전체 |
| 권장 시점 | 학회·논문·투자 IR 직전 | 기술이 완성·정리된 시점 |
| 기한 미준수 결과 | 출원 자동 취하 | (의무 자체가 다름) |
정리하면 임시명세서 출원은 "출원일을 빠르게 잡고 1년의 시간을 사는 도구"이고, 정식 특허 출원은 "바로 정식 권리화 심사로 들어가는 표준 경로"다. 발표·투자 IR·논문 공개를 앞두고 시간이 부족하다면 임시명세서 출원으로 출원일을 먼저 잡고, 1년 안에 정식 명세서로 보완하는 것이 안전하다. 반대로 명세서가 이미 정리되어 있고 빠른 등록을 원한다면 처음부터 정식 특허로 출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보완 기한과 두 가지 후속 절차
임시명세서로 출원했다면 청구범위와 정식 명세서를 적정 시점까지 보완해야 한다. 후속 절차는 두 가지 중 하나다. 첫째, 특허법 제42조의2 제2항에 따라 출원일(또는 가장 이른 우선일)로부터 1년 2개월 이내에 청구범위를 적는 보정을 하는 방법. 둘째, 특허법 제55조의 국내우선권 주장을 활용해 출원일로부터 1년 이내에 정식 출원을 새로 하는 방법이다.
두 방법 중 어느 쪽을 택할지는 임시명세서 이후 발명에 추가된 내용이 있는지에 따라 갈린다. 임시명세서에 없던 신규 내용이 있다면 국내우선권 주장이 유리하다. 신규 내용이 없고 기존 임시명세서를 다듬는 수준이면 청구범위 추가 보정이 비용·절차 면에서 간편하다.
| 구분 | 청구범위 보정 | 국내우선권 주장 재출원 |
|---|---|---|
| 근거 | 특허법 제42조의2 제2항 | 특허법 제55조 |
| 기한 | 출원일/우선일 + 1년 2개월 | 출원일 + 1년 |
| 신규사항 | 추가 불가 | 추가 가능 (단, 신규 부분은 새 출원일 적용) |
| 원출원 운명 | 동일 출원으로 진행 | 원출원은 1년 3개월 후 자동 취하 |
| 수수료 | 보정으로 처리, 출원료 추가 없음 | 정식 출원 수수료 별도 |
기한 미준수 시 자동 취하
특허법 제42조의2 제3항에 따라 1년 2개월의 청구범위 보정 기한을 넘기면 그 다음 날 출원이 취하된 것으로 간주된다. 자동 취하는 통지 후 다툴 여지가 거의 없으므로 절대 기한으로 관리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 활용하기 좋은가
임시명세서 출원의 본질적 가치는 "출원일을 빠르게 잡는 것"이다. 그 가치가 가장 크게 발휘되는 상황을 실무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학회 발표·논문 투고를 1~2주 앞두고 정식 명세서 작성 시간이 부족한 경우
- 표준 회의·전시회 직전에 핵심 기술 공개를 앞두고 출원번호가 필요한 경우
- 투자 미팅·정부 R&D 과제 신청을 위해 출원사실증명원이 즉시 필요한 경우
- 외국어 기술자료(영어 슬라이드·논문 PDF)를 그대로 출원하고 싶은 대기업·연구소
- 초기 비용을 줄이고 시장 검증 후 정식 출원 여부를 결정하고 싶은 스타트업
특허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0년 3월 시행 후 같은 해 10월까지 임시명세서를 활용한 특허·실용신안 출원은 2,534건이었고, 월 평균 약 360건이 제출되고 있다. 대기업이 외국어 자료(주로 영어)를 그대로 임시명세서로 제출한 비율이 53%에 달했다는 점은 이 제도가 글로벌 표준 활동에 적극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임시명세서를 잘못 쓰면 위험한 이유
임시명세서가 형식만 자유라는 점을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특허법 시행규칙은 명세서 양식을 유예할 뿐이고, 특허법 제42조 제3항이 요구하는 실시가능 요건은 그대로 적용된다. 즉 임시명세서에도 통상의 기술자가 발명을 명확하게 실시할 수 있을 정도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 슬라이드 한두 장에 핵심 아이디어만 요약해 둔 자료는 출원일을 인정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
또 정식 명세서 보완 시 추가되는 신규사항은 임시명세서 제출일을 기준으로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 임시명세서 제출 후 발명을 다듬다가 새로운 실시예나 구성 요소를 추가하면, 그 부분은 보완일 또는 국내우선권 주장 재출원일 기준으로 판단된다. 임시명세서 제출 시점에 인용발명이 등장한다면 보완분만 진보성 판단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임시명세서의 "실시가능 요건"은 면제되지 않음
임시명세서는 시행규칙상 양식을 유예받을 뿐, 발명을 쉽게 실시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상세하게 적어야 한다는 특허법 제42조 제3항 요건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핵심 아이디어 한 줄짜리 메모로 임시명세서를 내면 보완 단계에서 신규사항으로 막히거나 출원일 자체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한국 임시명세서 vs 미국 Provisional
이름이 비슷해서 같은 제도로 오해하기 쉽지만, 두 제도는 법적 구조가 다르다. 미국 Provisional Application(35 U.S.C. §111(b))은 출원 후 12개월 안에 별개의 Non-provisional Application을 새로 제출해야 하며, Provisional 자체는 12개월이 지나면 자동 폐기된다. 한국 임시명세서 출원은 정규 출원의 일종으로, 보완만 하면 같은 출원이 그대로 살아남는다.
| 항목 | 한국 임시명세서 출원 | 미국 Provisional |
|---|---|---|
| 근거 | 특허법 제42조의2, 시행규칙 제21조 제5항 | 35 U.S.C. §111(b) |
| 출원 성격 | 정규출원의 한 형태 | 별개의 임시 출원 트랙 |
| 보완 방법 | 청구범위 보정 또는 국내우선권 재출원 | Non-provisional 출원 신규 제출 |
| 기한 | 1년 2개월(보정) / 1년(우선권) | 12개월(연장 불가) |
| 기한 도과 결과 | 자동 취하 간주 | 자동 폐기, 우선권 14개월 회복 신청 가능 |
| 언어 | 한국어 또는 영어(외국어출원) | 영어 |
| 수수료 | 정규 출원료와 동일 | 별도 저액 수수료(US$60~300, 엔티티별) |
비용과 절차
한국 임시명세서 출원의 정부 수수료는 일반 특허출원과 동일하다. 별도의 "임시출원료"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전자출원 기준 출원료 46,000원, 청구항이 없으면 청구항당 가산료는 발생하지 않는다. 변리사 비용은 사무소마다 다르지만, 임시명세서는 정식 명세서를 작성하지 않으므로 보통 정식 출원의 1/3 수준에서 책정된다.
임시명세서 출원 핵심 절차
- 1단계
- 임시명세서 준비 PDF/PPT/논문 등 자유 형식, 단 실시가능 요건은 충족
- 2단계
- 전자출원 제출 출원일 즉시 확보, 출원번호 부여
- 3단계
- 1년 또는 1년 2개월 내 보완 청구범위 보정 또는 국내우선권 주장 재출원
- 4단계
- 심사청구 정식 명세서 보완 후 출원일로부터 3년 내 청구
전략 팁: 해외출원 우선권 기초로 활용
한국 임시명세서 출원도 파리조약 우선권 주장의 기초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임시명세서로 출원일을 잡고, 그날로부터 12개월 이내에 PCT 또는 미국·유럽 직접출원을 진행하면, 한국 임시명세서 제출일을 우선일로 인정받는다. 단, 우선권 효력은 임시명세서에 "기재된 범위" 안에서만 인정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시명세서에 청구항이 없어도 되나?
그렇다. 임시명세서는 청구범위 없이도 출원일을 인정받는다. 청구범위는 출원일/우선일로부터 1년 2개월 이내에 보정으로 추가하거나, 1년 이내에 국내우선권 주장으로 새 출원에 기재하면 된다.
Q. PPT 슬라이드 한 장만 내도 되는가?
형식 측면에서는 가능하지만 권장되지 않는다. 슬라이드 한 장에 핵심 아이디어만 담은 자료는 실시가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출원일이 인정되지 않거나, 보완 단계에서 신규사항 추가로 막힐 수 있다. 최소한 발명의 구성·동작·효과를 통상의 기술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설명이 필요하다.
Q. 외국어 자료를 그대로 내도 되는가?
한국은 2015년부터 외국어 명세서 출원을 허용하지만, 외국어는 영어로 한정된다. 영어 논문 PDF나 영어 슬라이드를 임시명세서로 그대로 제출할 수 있다. 단 보완 시 국어번역문을 별도로 제출해야 하며, 번역문이 외국어 원문 범위를 벗어나면 신규사항 추가로 보아 거절될 수 있다.
Q. 임시명세서로 출원사실증명원을 받을 수 있는가?
출원일이 인정되면 출원번호가 부여되고 출원사실증명원 발급이 가능하다. R&D 과제 신청, 정부 지원사업 가점, 투자 IR 등에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단계가 된다.